심리로그

운전할 때의 모습이 진짜 성격일까?

와일드 오렌지 2024. 2. 5. 13:12
반응형

운전할 때 그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을테다.

이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실 그 모습은 성격 즉, personality가 아니란다. 내게 깊이 축적된 많은 스토리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단다. 운전할 때 예상치 못하게 나온 모습을 '성격'이라고 정의해 버리는 순간, 이것은 변화하기 어려운 고정된 성질의 것이 되어 버린다. 차 안이라는 활동 반경이 좁은 공간에서 운전이라는 자동 반응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시에는 잠재되어있던 의식 차원이 좀 더 열리게 된다. 표면의식 너머가 드러날 수 있는 때라고 보면 되겠다. 

 

이런 관점에서 운전을 할 때 명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드라이브'라는 행위를 통해 영감을 받는 사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치 라잌 샤워할 때처럼 말이다. 또, 운전하며 머릿 속 생각을 비운다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에서 약간 동떨어진 그 느낌에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나답지 못한 모습'을 불쑥 마주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운전할 때 불편한 느낌이 반복해서 든다면, 그리고 내가 대체 왜 그런지 알쏭달쏭하다면, 잠시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해보자. 

 

먼저, 운전할 때 발견한 내 모습을 아래에서 체크해 보자. 

 

1. 평소 나는 욕 한번을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운전하면서 어떤 위협을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욕이 나오는 때가 있다.

2. 평소에는 느긋한 성격인데도, 차들이 넓은 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가는 것을 참지 못하겠고, 그 순간만큼은 레이서가 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3. 운전하는 도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등 나를 놀라게 한 차를 보면 꼭 그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4. 운전만 하면 다른 운전자들의 옳지 못한 모습이 너무 잘 보이면서, 세상은 역시 이기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5. 여러 가지 이유로 그냥 운전하기가 싫다. (이 경우엔 운전하기가 두려운 깊은 이유가 있을것이다....)

 

위의 모습 중 나의 모습이 있다면 기뻐하라~ 이것은 기회이다. 내 안의 어떤 것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이 모습은 내 성격이 아니다. 그 어느 누구의 진짜 '성격'도 아니다. 단지 해소되지 못한 무거운 에너지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무거운 에너지들을 해소하지 못한 채 평생을 상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것들이 '나'로 정의되면 '운전할 때 나오는 게 진짜 성격'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잔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운전할 때 나오는 모습이 내가 마주해야 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첫번째 단계는 반복적으로 느끼는 상황이나 감정이 무엇인지 발견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전할 떄 누군가 기어들거나 나를 위협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아...나에겐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나는 그때마다 분노를 느끼는구나...하고 자각할 수 있다. 그 다음엔 왜 나는 이럴 때 분노를 느끼지...?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땐 솔직하게 대답해보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거나 해하려 한다고 여겨서 분노가 일어난다면, 운전할 때 뿐 아니라 삶에서도 공격받는 느낌을 많이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것을 그저 있느 그대로 알아차리고 가슴으로 안아주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분노와 관련된 삶의 기억들이 주욱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상황과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었구나...하고 그저 내 가슴의 공간으로 안아주자. 그리고 나서는 '지금' 운전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다. 발견하면 있는 그대로 크게 안아주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아와 운전하기..가능하겠지?

 

그리고 이 분노 너머에 있었던 진실, 사실은 나 생존하는 게 너무 불안하다...혹은 너무 수치스러워...등등 생각지 못한 이슈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또한 나중에 더 깊이 살펴봐주면 된다. 그러니 운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이 치유의 과정을 다 거쳐 내 안의 무거운 에너지가 해소되면 이렇게 될 수 있을것이다.

 

갑자기 끼어드는 것을 보니 저 사람은 바쁜 일이 있나보구나.

저 사람은 초보운전이라 길을 잘 몰랐구나.

길이 막히니 하늘을 더 보게 되는 구나. 이리도 아름답다니.

내비가 잘못 안내한 길에 내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는군. 고마워라.

 

언제나 이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나요? 혹시 이런 생각이 그저 나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위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들을 진정으로 해소하면 저런 생각마저도 그냥 사라지게 된다. 운전조차도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존하며 운전하기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해 펼쳐진 것들이다. 나를 공격하거나 화나게 하고 불신하게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들이다. 그러니 운전하는 것마저도 스스로를 위한 것으로 허용해보자.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원래대로 돌아가기'위한 여정임을 잊지 말자. 나는, 우리는 모두 지금 배우는 중이고, 그리고 교훈을 얻는다면 그 다음 챕터로 넘어가 재밌는 삶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반응형